기억 속에서 서로를 붙잡다
변화의 시작
아내에게서 최근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전의 그녀는 항상 단정하고 깔끔한 모습이었습니다. 옷차림 하나에도 정성을 기울였고, 매일 아침이면 거울 앞에 서서 머리를 손질하던 모습이 선명히 기억납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아내는 샤워를 꺼려하고, 옷을 갈아입는 것조차 귀찮아하는 모습을 자주 보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저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혼란과 받아들임
한두 번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가, 기분이 가라앉아서 그런가 하며 스스로 이유를 만들어보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아내는 점점 더 개인위생에 무심해졌고, 아무리 타일러 보아도 반응이 없었습니다. 며칠 동안 머리를 감지 않거나, 같은 옷을 계속 입는 모습은 예전과 너무도 달랐습니다.
처음엔 당황스러움과 속상함이 컸습니다. 왜 갑자기 이렇게 변한 걸까, 혹시 내가 뭔가를 놓친 건 아닐까 하는 자책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곧 깨달았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기분 문제나 일시적인 변화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죠.
치매 증상 중 하나로 개인 위생 관리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내의 변화가 바로 이러한 치매 초기 증상일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지금까지는 '설마 아직은 아니겠지'라며 애써 외면해 왔던 가능성이 이제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듯했습니다.
현실과 돌봄의 무게
샤워를 권유해도 아내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은 그냥 두자, 내일은 기분이 나아지겠지 하며 넘긴 날도 있었지만, 위생은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언제까지나 미뤄둘 수는 없었습니다. 때로는 단호하게 말해보기도 했고, 또 어떤 날은 부드럽게 달래며 부탁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아내는 샤워실 앞에서 멈춰 서 있곤 했습니다.
아내가 샤워실 문을 꼭 잠그고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그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샴푸와 바디워시를 제대로 구분하고 사용하는지도 걱정되고, 물 온도는 적당한지, 혹시 넘어지지는 않을까 불안합니다. 샤워 후에도 수건을 제대로 쓰지 않고 젖은 채로 나오는 날이면, 다시 감싸 안고 도와줘야 합니다. 이런 일상이 이제는 매일 반복되고 있습니다.
기억의 여백을 함께 걷다
최근 들어 저는 자주 생각에 잠깁니다. 아내의 변화 원인은 무엇일까. 단순히 치매라는 이름 하나로 설명할 수 있을까. 혹시 더 깊은 심리적인 이유는 없는 걸까. 스스로에 대한 상실감, 자신이 변해가고 있다는 불안함, 혹은 설명할 수 없는 무기력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럴 때일수록 보호자인 제가 흔들리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아내가 잃어가는 기억을 대신 기억해 주고, 지켜주는 역할은 이제 제 몫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가기 위해서는 제 마음부터 단단해져야 한다는 것을 느낍니다.
계절은 조용히 바뀌어가고 있지만, 우리의 마음속에는 매일 작은 전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 전쟁 속에서도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하나, 손끝의 따뜻한 온기 하나가 위로가 됩니다. 아내가 저를 완전히 잊게 되는 날이 오더라도, 저는 그녀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도 저는 샤워실 앞에서 아내를 기다립니다. 문이 열리고, 아내가 저를 바라보며 살짝 미소 지을 그 순간을 마음 깊이 간직하고 싶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치매 환자가 위생 관리를 거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1. 인지 기능 저하로 인해 일상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우울감, 무기력 등의 심리적 요인이 작용할 수 있습니다.
Q2. 보호자가 할 수 있는 적절한 대응은?
A2. 강요보다는 공감, 일정한 루틴 제공, 긍정적 피드백이 효과적입니다.
- 아내의 위생 행동 변화는 치매의 초기 신호일 수 있습니다.
- 정서적 공감과 일관된 돌봄이 중요합니다.
- 보호자의 마음 관리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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