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세 달이 지나도... 희망에서 절망으로
초기에는 희망을 가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현실을 마주하며 좌절과 절망을 겪은 치매 보호자의 진솔한 이야기입니다.

퇴사 후 아내를 위한 전념의 시간을 시작했습니다. 마음속 죄책감과 미안함을 달래고자, 최선을 다해 치료 방법을 찾기 시작했죠.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대형병원의 외래 진료는 1년을 기다려야 했고, 빠른 진단과 치료를 원했던 우리는 결국 강남의 양·한방 통합 클리닉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곳에서는 인지검사와 유전자 검사 후 ‘경도인지장애’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치료를 받으면 회복이 가능하다는 설명에, 희망에 가득 찼던 순간이었습니다. 치료비는 부담스러웠지만 아내의 회복을 위한 투자라고 믿고, 천만 원이 넘는 비용을 감수했습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뚜렷한 호전이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아내의 상태는 점차 나빠졌습니다. 약속과는 다른 현실 앞에서 보호자로서의 무력감은 깊어졌습니다. 다시 대형병원을 예약했고, 수개월의 대기 끝에 받은 진단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치매는 완치할 수 없다. 치료는 증상 완화와 진행 지연뿐'이라는 의사의 말은 저를 절망으로 이끌었습니다.
초로기 치매는 노년기보다 빠르게 진행되며, 보호자에게는 더 큰 감정적 부담을 안깁니다. 저는 매일 아내의 감정 변화를 살피고, 복약과 식사를 챙기며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간혹 아내는 약 복용을 거부하며 짜증을 내고, 제가 돌봄을 간섭으로 받아들일 때면 상처를 받습니다.
밤낮이 바뀌고, 배회 증상이 나타난 이후부터는 긴장의 연속입니다. 위치추적기 덕분에 다행히 사고는 피했지만, 집에서 혼자 있는 아내를 두고 외출하는 건 불가능해졌습니다. 제가 감당해야 하는 돌봄의 무게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보호자의 삶은 무너져갑니다. 정체성 혼란, 극심한 우울감, 인간관계의 단절... 결국 일기라는 기록이 유일한 숨구멍이 되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감정을 정리하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도 글을 씁니다. 절망 속에서도 다시 희망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자주 묻는 질문
- Q. 초로기 치매도 치료가 가능한가요?
현재로서는 완치가 어려우며, 진행 속도를 늦추는 약물 관리가 핵심입니다. - Q. 대형병원과 한의원 중 어느 쪽이 낫나요?
객관적인 진단과 약물 관리가 필요한 경우 대형병원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됩니다. - Q. 보호자가 가장 느끼는 고통은?
의료 시스템에 대한 신뢰 상실과 감정적으로 지치는 순간들이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자녀가 치매환자인 엄마의 목을 다정하게 껴안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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