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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아내에게 아직 다가설 수 없는 마음

by 아내의 치매일기 2025.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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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아직 다가설 수 없는 마음

두 손을 맞잡고 창밖을 응시하는 모습의 이미지
두 손을 맞잡고 창밖을 응시하는 모습의 이미지

샤워와 속옷 갈아입히기, 접근하지 못하는 영역

아내가 점점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샤워나 속옷 갈아입히기 같은 일은 내게 너무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같은 공간에 살아도, 서로의 몸에 손을 대는 일에는 마음의 벽이 존재합니다. 그 벽이 너무 높아 아직까지 나는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 영역은 항상 간병인의 손에 맡기고 맙니다. 미안함과 동시에 스스로의 무력함이 섞인 이 감정은 쉽게 정리되지 않습니다.

주간보호센터로 가게 된 사건

얼마 전 아내는 새벽에 갑자기 밖으로 나가려 했습니다. 속옷만 입은 채 문을 열고 나가려는 아내를 간신히 막아 세웠고, 그때 나는 결심했습니다. 주간보호센터를 진지하게 고려해야겠다고. 혼자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아내를 위해 더 나은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날 절감했습니다. 그렇게 며칠 뒤, 우리는 함께 센터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센터에서의 적응과 교사 보조 역할

센터 선생님은 아내의 상태를 세심하게 살피고 배려해주셨습니다. 특히 '교사 보조 역할'이라는 설정은 정말 탁월했습니다. 덕분에 아내는 '돌봄을 받는다'는 수동적인 입장이 아니라, 누군가를 돕는다는 능동적인 입장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 변화는 놀라웠습니다. 표정도 밝아졌고, 집에 돌아와서도 뿌듯함이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센터는 아내에게도, 나에게도 숨 쉴 공간이 되었습니다.

마음 깊은 곳의 아픔

하지만 가끔 문득 아내의 눈빛을 보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나를 알아보는 듯, 못 알아보는 듯, 그 애매한 눈빛 속에서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무너집니다. 같이 웃었던 시간들이 점점 희미해지고, 어느 날은 내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할까 두려워지기도 합니다. 아내를 돌보는 일이 아니라, 아내를 기억하게 만드는 일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저 함께 있는 이 시간이, 조금이라도 오래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주간보호센터 적응은 힘들지 않았나요?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지만, '교사 보조 역할' 덕분에 비교적 잘 적응해 나가고 있습니다.

Q. 앞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아내가 더욱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도록 주간보호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 참여를 검토 중입니다.

요약정리:
초로기 치매 4년 차 아내와 살아가며 겪는 일상과 감정의 기록. 주간보호센터에 가게 된 결정적 사건과 함께 아내가 적응해 가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키워드: 초기치매 증상, 치매 보호자 일상, 주간보호센터, 감정 돌봄, 부부간병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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