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을 펼친 오후, 다시 떠나는 마음
혼자 있는 오후, 서재에서 시작된 기억
아내가 주간보호센터에 간 뒤, 집은 고요해졌다. 청소를 하던 중 오래된 앨범이 눈에 들어왔다. 먼지가 쌓인 앨범 속에는 우리가 걸어온 시간이 정갈하게 담겨 있었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추억을 저장하지만, 예전엔 직접 현상한 사진을 앨범에 정리했다. 아내는 늘 사진 옆에 여행지, 날짜, 아이들의 모습까지 메모를 남겼다. 그녀의 정성스러움이 페이지마다 깃들어 있었다.
하나하나 넘기다 보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어린아이들을 안고 찍은 사진, 아내가 환하게 웃던 생일 파티 장면, 첫 해외여행 때의 긴장감 어린 표정들. 시간은 사진 속에 멈춰 있었지만, 내 마음은 그 시절로 다시 흘러가고 있었다.
그날 이후, 앨범은 내 서재 책상 한켠에 자리 잡았다. 매일 한 장씩 넘기며 기억을 되새기는 시간이 생겼다. 때로는 미소를, 때로는 눈물을 부르는 이 작은 앨범이 내 하루의 시작이자 마무리가 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 순간들
아이들이 자라던 시기부터 둘만의 시간을 보내던 시기까지, 그 사진들은 우리 삶의 연대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아내와의 여행 사진은 내 마음을 깊게 울렸다.
작년까지도 우리는 함께 여행을 다녔다. 아내는 항상 “괜찮아”라는 말로 내게 용기를 주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건강 문제로 여행을 중단하게 되었다. 그 결정을 하던 날, 아내는 말없이 앨범을 넘기며 지난 추억을 되새겼다. 그 모습은 어쩌면 이별을 준비하는 눈빛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함께 걸었던 계절들, 마주보며 나눈 이야기들, 사소한 순간 하나하나가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아내는 늘 함께 있는 지금이 중요하다고 말하곤 했다. "내일은 모르는 거니까 오늘 웃어야지." 그녀의 그 말이 이제 와서야 더 깊게 와닿는다.
지금 이 순간이, 우리가 가야 할 시간
앨범을 보며 생각했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기다리며 살아왔다. 하지만 ‘언젠가’보다 중요한 건 ‘지금’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까운 공원 산책도, 바닷가 드라이브도 좋다. 중요한 건 ‘마음’이다. 아직 손을 잡고 걸을 수 있는 오늘이 가장 좋은 날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떠나보기로 했다. 늦지 않게, 더 늦기 전에.
여행의 목적지는 멀리 있지 않다. 우리가 함께 걷는 골목, 함께 마시는 커피 한 잔, 함께 바라보는 저녁노을도 모두 여행이다. 잊지 말자. 우리의 시간은 지금 이 순간에도 흐르고 있다는 것을. 살아 있다는 것은 기억을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 자주 묻는 질문 (FAQ)
Q. 주간보호센터란 무엇인가요?
A. 낮 동안 어르신을 돌보는 복지 시설로, 보호자가 안심하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Q. 고령자와의 여행,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
A. 휴식 중심의 짧은 코스와 가까운 장소 위주로 계획하고, 돌봄 물품을 함께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 요약 정리
- 주간보호센터에 간 아내를 보내고 조용한 시간을 보낸 하루
- 오래된 앨범을 통해 지난 여행과 삶의 흔적을 되돌아봄
-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고 여행을 결심
- 함께한 시간에 감사하며, 다시 한 걸음을 내딛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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