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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감기와 함께한 시간들, 그리고 아내의 미소

by 아내의 치매일기 2025.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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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와 함께한 시간들, 그리고 아내의 미소

하얀 치아가 보일 정도로 환한 미소를 짓는 여성의 이미지
하얀 치아가 보일 정도로 환한 미소를 짓는 여성의 이미지



2주일째 감기를 달고 지낸다

아침에 일어나면 목이 칼칼하고, 밤이 되면 어김없이 코가 막힌다. 어지간하면 나아질 만도 한데, 이번 감기는 유독 끈질기다. 몸이 말을 듣지 않으니 마음도 따라 지친다. 하지만 내가 아픈 것보다 더 신경 쓰이는 건 아내다.

아내도 같은 시기부터 감기에 걸려 있다. 전보다 쉽게 피로해지고, 조금만 감기에 걸려도 오래 앓는다. 나와는 다르게, 아내는 치매를 앓고 있다. 면역력이 약해진 건지, 감기가 더 쉽게 달라붙고, 더디게 떨어진다. 작은 기침에도 놀라고, 불편함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다.

그런 아내를 지켜보는 나는 요즘 매사에 더욱 민감해졌다. 무의식 중에 예민한 반응을 보일까봐 스스로를 다독인다. 괜히 말을 걸었다가 아내가 불안해하지는 않을까. 혹시 내가 낸 소리에 놀라진 않았을까. 매일이 조심스러움의 연속이다. 하지만 하루 24시간을 그저 조심만 하며 살 순 없다. 어느 순간, 말투가 딱딱해졌고, 행동도 까칠해졌다. 그걸 자각하는 순간마다 미안함이 밀려온다.

특히 저녁 시간이 가장 힘들다

샤워 시간. 물소리에 예민한 아내는 자주 불안해한다. 따뜻한 물을 틀며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낮춰 말해도, 때때로 그것마저도 거부감으로 돌아온다. 아내의 위생을 챙겨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 과정이 점점 버거워지는 걸 느낀다. 내가 지쳐서도, 아내가 힘들어서도 아니다. 이 모든 시간이 서로에게 부담으로 남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아침, 주간보호센터에 찾아갔다. 아내가 조금 더 편해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내린 결정이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센터를 이용하고, 이후엔 집에서 2시간 정도 추가로 재가 서비스를 통해 위생관리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실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질지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센터 담당자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오히려 나의 부담을 걱정해줬다. 그 따뜻한 말 한마디에 매우 고마움을 느꼈다.

아내는 현재 치매 4등급 판정을 받았다

그 등급이면 주 6일까지 센터 이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는 주 5일만 이용한다. 일부러 하루를 남겨뒀다. 그 하루는 아내에게도, 나에게도 여유의 시간이다. 그 남은 하루를 잘 활용하면 재가 서비스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물론 자기부담금이 있지만, 아내가 편안할 수 있다면 그것이 아깝지 않다.

이런 제도들이 있다는 것이 새삼 감사하다. 누군가에겐 당연한 지원일지 몰라도, 나처럼 매일을 아슬아슬하게 버티는 이들에겐 큰 위로가 된다. 행정적인 일처리도, 서비스도 생각보다 유연했다. 하루하루를 버티는 데만 급급했던 나는, 문득 이렇게라도 도움을 청할 수 있음을 잊고 있었던 것 같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돌봄이라는 건 끝이 없는 기다림 같다고. 감기처럼 언젠가는 낫는 병도 아니고, 언제쯤 끝날지 기약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포기할 수는 없다. 이 길 끝에 무엇이 있든, 나는 아내와 함께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내는 요즘 말이 줄었다. 표정도 자주 멍하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도 많이 예전 만큼은 또렷하지 않다. 그 눈빛을 볼 때마다 나는 다시 다짐하게 된다. 오늘 하루도, 내일 하루도 아내와 함께 무사히 넘기자고. 감기처럼 언젠가 이 봄철도 지나가겠지. 그때까지 우리 둘, 조금 더 단단히 버텨보자고.

 

자주 묻는 질문

Q: 재가 서비스를 받으려면 어떤 절차가 필요한가요?
A: 주간보호센터와 상담하여 일정 조율 후,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됩니다.

Q: 치매 4등급이면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나요?
A: 주 6일까지 주간보호센터 이용이 가능하며, 재가 서비스도 추가로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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