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문 앞에서 무너졌던 날, 보호자로서의 외로움
진료라는 이름 아래 지워진 마음들
아내가 초로기 치매를 진단받은 지 4년이 넘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병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두려움이었고,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돌봄의 시간은 익숙해지는 게 아니라 점점 더 외로워지는 일이더군요.
저는 보호자로서 꾸준히 분당 s대학병원 외래 진료를 받아왔습니다. 3개월마다 병원을 찾았지만, 진료실 문을 열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늘 같았습니다. 기대보다는 체념이 앞섰고, 상담보다는 루틴이 반복될 뿐이었습니다.
3개월마다 반복된 진료의 허무함
진료실 안에서 오간 말은 항상 똑같았습니다. "어땠어요? 환자는요? 보호자는요?" 그게 다였습니다. 증상 변화도, 약물 반응도, 일상 속 어려움도 나누고 싶었지만, 의사의 표정도, 말투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진료가 아니라, 약을 타는 절차처럼 느껴졌습니다.
혹시라도 나만 이렇게 느끼는 걸까, 내가 예민한 걸까 자책하던 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반복된 패턴은 결국 제게 깊은 허탈감을 안겼고, 더는 침묵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게 했습니다.
대변 조절, 처음 드러난 큰 변화
최근 아내는 대변 조절이 되지 않는 증상을 보였습니다. 주치의에게 그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이번만큼은 좀 더 깊이 있는 설명과 대응이 있을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말은, "검사해보는 것도 좋겠네요."였습니다. 원인을 짚어주거나, 다음 단계를 제시해주거나, 책임감 있는 설명은 없었습니다. 마치 보호자가 알아서 판단하라는 듯한 태도였고, 상황의 복잡함보다 무심함이 더 깊이 다가왔습니다.
과거에도 느껴진 같은 실망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예전에도 아내의 혈압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졌을 때, 외래 진료를 요청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도 "동네 병원 다니는 게 낫죠"라는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정식 진료를 거부당한 듯한 무력함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같은 의사에게 같은 무심함을 경험하며, ‘이 병원이 정말 우리 가족을 치료할 의지가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깊어졌습니다. 1년 넘게 진료를 받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정보도, 위로도 아닌 침묵뿐이었습니다.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목소리를 내기로
더 이상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느꼈던 불편함과 실망을 글로 정리해 분당 s대학병원 고객의소리에 진료 경험에 대한 의견서를 남겼습니다.
큰 소리를 내고 싶은 게 아니었습니다. 같은 상황에 처한 누군가가 조금 더 나은 진료를 받게 된다면, 그걸로 충분했습니다. 의사는 진단만 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보호자에게는 그 진료실 몇 분이, 다음 몇 달을 버티게 해주는 힘이기 때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 Q. 치매 보호자로서 병원 진료가 실망스러울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해당 병원 고객센터나 민원 접수 시스템을 통해 정중한 의견서를 남기는 것이 좋습니다. 단순한 항의가 아니라, 개선을 위한 제안이라는 점을 강조하면 됩니다. - Q. 주치의를 바꾸고 싶을 땐?
A. 대형 병원은 의료진 변경 요청이 가능합니다. 진료과 접수나 원무과를 통해 요청하면 비교적 원활하게 변경할 수 있습니다.
- 보호자는 환자만큼 외롭다
- 진료는 설명이 아니라 공감에서 시작된다
- 아무도 말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
- 병원에 바라는 것은 처방이 아닌 방향 제시이다
📌 보호자 입장에서 겪은 진료실의 공허함, 그리고 용기 내어 행동했던 기록을 나누었습니다. 이 글이 같은 길을 걷는 누군가에게 작게나마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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