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속 작은 소동, 마음속 큰 다짐
일상은 늘 예상 밖에서 시작된다
어제는 우리 집에 작지만 큰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우리는 하루 동안 모은 빨래를 한꺼번에 세탁기에 돌리는 습관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퇴근하고 와서 옷을 갈아입기도 하고, 아내도 주간보호센터에서 돌아오면 환복을 하기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습니다.
요양보호사가 아내의 샤워를 도와준 후, 그녀의 세탁물을 보조주방 세탁기 앞 바구니에 담아두곤 하지요. 그날도 여느 때처럼 별생각 없이 세탁기를 작동시켰습니다.
세탁기 안에서 터진 종이의 정체
세탁이 끝난 뒤 문을 열자, 눈앞에 펼쳐진 건 종이조각들의 파편이었습니다. 처음엔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세탁물 속을 뒤지다 보니 그 정체를 알아차렸습니다. 아내가 입었던 일회용 종이팬티가 그 안에서 찢겨 세탁물과 함께 돌고 있었던 겁니다.
나는 기겁을 하며 세탁기 안을 1시간 넘게 청소했고, 다시 헹굼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그 와중에, 아내는 누가 그랬냐며 묻고는, 본인은 그런 기억이 없다고 했습니다. 순간 나도 모르게 화가 솟구쳐, “당신이 했잖아!”라고 소리쳤고, 아내는 결국 서러움에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감정 앞에서 나는 여전히 미숙하다
인지력이 떨어지고 기억이 가물가물한 아내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습니다. 아내는 고함을 치며 눈물을 흘렸고,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더 깊이 후회했습니다. 더 많이 이해하고, 더 세심하게 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밀려왔습니다.
우리의 하루는 이렇게 소동 속에서 끝났지만, 나는 오늘을 계기로 더 성숙한 보호자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종이팬티 사건 이후 세탁기 관리는 어떻게 하셨나요?
A. 내부 전체 청소 후 헹굼을 두 번 돌렸고, 필터까지 꼼꼼히 점검했습니다.
Q. 아내의 감정을 어떻게 달래셨나요?
A. 그날 저녁엔 조용히 손을 잡고, 미안하다고 진심을 전했습니다.
평범한 하루, 예기치 않은 실수가 가족 간 감정 충돌로 이어졌습니다. 치매라는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며 살아가야 함을 다시금 깨닫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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