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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38

초로기 치매 환자일수록 더 섬세한 관리가 필요한 이유 초로기 치매 환자일수록 더 섬세한 관리가 필요한 이유 그녀는 여전히 건강했다예전엔 아침 일찍, 그녀는 어김없이 부엌에 섰다. 주전자에 물을 붓고, 커피머신을 누른다. 몸짓 하나하나엔 리듬이 있었고, 손놀림에도 익숙함이 남아 있었다. 작년까지만 보더라도 그 모습만 보면 치매라는 단어는 떠오르지 않는다.하지만, 오늘 아침 나는 세탁기 앞에서 그 착각의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세탁기 안의 종이눈보라세탁을 끝낸 나는 기분 좋게 뚜껑을 열었다. 그러나 그 순간, 바람결에 날리는 하얀 종잇조각들이 나를 맞이했다. 수건도, 속옷도, 티셔츠도 전부 흰 가루에 뒤덮여 있었다. 처음엔 누가 휴지를 주머니에 넣었나 싶었지만, 곧 깨달았다. 일회용 종이 팬티였다. 그 낯익은 질감의 가루는 종이팬티가 세탁기에 함께 들어가 분쇄된.. 2025. 8. 4.
진료실 문 앞에서 무너졌던 날, 보호자로서의 외로움 진료실 문 앞에서 무너졌던 날, 보호자로서의 외로움 진료라는 이름 아래 지워진 마음들아내가 초로기 치매를 진단받은 지 4년이 넘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병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두려움이었고,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돌봄의 시간은 익숙해지는 게 아니라 점점 더 외로워지는 일이더군요.저는 보호자로서 꾸준히 분당 s대학병원 외래 진료를 받아왔습니다. 3개월마다 병원을 찾았지만, 진료실 문을 열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늘 같았습니다. 기대보다는 체념이 앞섰고, 상담보다는 루틴이 반복될 뿐이었습니다.3개월마다 반복된 진료의 허무함진료실 안에서 오간 말은 항상 똑같았습니다. "어땠어요? 환자는요? 보호자는요?" 그게 다였습니다. 증상 변화도, 약물 반응도, 일상 속 어려움도 나누고 싶었지만, .. 2025. 7. 16.
초로기 치매 예방과 치료, 지금 시작해야 하는 이유 초로기 치매 예방과 치료, 바로 시작해야 하는 이유 📌 목차아내의 진단 이후, 왜 예방에 눈을 돌렸는가우리가 실천한 예방 방법들진행 이후, 치료는 어떻게 접근했는가정리하며: 경험에서 나온 교훈FAQ아내의 진단 이후, 왜 예방에 눈을 돌렸는가아내는 어느 순간부터 이름을 잘 떠올리지 못하거나, 익숙한 장소에서 방향을 혼동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저 피곤한 날이 많아서 그렇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같은 말과 행동이 반복될수록 마음속 불안도 커졌다. 결국 전문병원을 찾았고, '초로기 치매'라는 진단을 지금으로 부터 5년전에 받았다. 당시엔 막막함과 슬픔이 밀려들었지만, 오래 머물 수는 없었다.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택했다... 2025. 7. 15.
말 안 해도 알잖아… 치매 아내와 소통하는 작은 기술들 말 안 해도 알잖아… 치매 아내와 소통하는 작은 기술들 첫인상으로 마음을 열어요낮잠에서 깨어난 아내에게 인사를 대신해 눈을 맞춰 보았습니다. 단순한 눈 맞춤이었지만, 그날은 한숨을 놓고 미소를 지었습니다. 눈으로 먼저 안정감을 표현하는 작은 기술이었습니다.처음 마주하는 순간이 어색하거나 긴장될 수 있습니다. 이때, 따뜻한 눈빛과 부드러운 표정은 상대방에게 안도감을 줍니다. 눈 맞춤은 말보다 더 진하게 감정을 전달하는 첫 번째 열쇠입니다.공통의 기억을 끄집어내기젊은 시절 자주 찾던 작은 어촌 마을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거기 바닷바람이 참 시원했지?”라고 말하자 “응… 맞아…”라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공통의 익숙한 기억이 소통의 실마리가 되었습니다.가족만이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이나 반복된 일상 속 소재는 .. 2025. 7. 10.
그날의 전화, 사라진 기억의 벽 앞에서 그날의 전화, 사라진 기억의 벽 앞에서예기치 못한 전화 한 통 속에서며칠 전, 아내의 핸드폰에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요즘 저는 스팸전화나 광고전화가 많다며 아내에게 “받지 말라”라고 늘 주의했습니다. 그래서 아내는 평소 거의 전화기를 열지 않았고, 전화를 받는 일도 드물었죠. 그런데 그날은 뭔가 달랐습니다. 집안에서 제가 조용히 일하고 있을 때, 핸드폰 너머에서 “언니~ 반가워요”라는 따뜻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내는 순간 미소를 머금는 듯했지만, 금세 표정이 어두워졌습니다. “제가 누구죠?”라는 질문이 망설임처럼 흘렀고, 저는 그 순간, 아내가 혼란스러워할까 봐 핸드폰을 받아 상황을 이어받았습니다. 그 전화 속 목소리는 밝았지만, 아내의 눈빛에는 불안과 당혹이 뒤섞여 있었고, 그 모든 것.. 2025. 7. 3.
세탁기 속 작은 소동, 마음속 큰 다짐 세탁기 속 작은 소동, 마음속 큰 다짐일상은 늘 예상 밖에서 시작된다어제는 우리 집에 작지만 큰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우리는 하루 동안 모은 빨래를 한꺼번에 세탁기에 돌리는 습관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퇴근하고 와서 옷을 갈아입기도 하고, 아내도 주간보호센터에서 돌아오면 환복을 하기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습니다.요양보호사가 아내의 샤워를 도와준 후, 그녀의 세탁물을 보조주방 세탁기 앞 바구니에 담아두곤 하지요. 그날도 여느 때처럼 별생각 없이 세탁기를 작동시켰습니다.세탁기 안에서 터진 종이의 정체 세탁이 끝난 뒤 문을 열자, 눈앞에 펼쳐진 건 종이조각들의 파편이었습니다. 처음엔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세탁물 속을 뒤지다 보니 그 정체를 알아차렸습니다. 아내가 입었던 일회용 종이팬티가 그 안에서 찢.. 2025.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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