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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스마트폰이 벽이 되는 순간, 치매 아내의 오늘 이야기

by 아내의 치매일기 2025.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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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벽이 되는 순간, 치매 아내의 오늘 이야기

벤치에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여성의 뒷모습 이미지
벤치에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여성의 뒷모습 이미지

 

요즘 아내는 주간보호센터에 잘 적응하고 있다. 낯설었던 공간이 점차 익숙해지고, 처음엔 망설임 가득하던 발걸음도 이젠 가볍다. 일주일에 세 번 찾아오는 재가서비스는 아내의 하루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감정의 기복도 한층 잦아들고, 표정 속엔 잔잔한 평온이 감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마음 깊숙이 안도하게 된다.

재가서비스와 주간보호센터로 찾은 일상의 평온

주간보호센터에서 보내는 시간은 아내에게 안정감을 선물한다. 함께하는 프로그램, 간단한 미술 활동이나 산책이 일상의 활력이 된다. 선생님들과 정을 나누고, 낯익은 이웃들과 나누는 짧은 인사도 아내에게는 큰 의미다. 재가서비스 선생님은 말없이 손을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아내의 불안을 덜어준다. 이 모든 것이 모여 아내에게 '괜찮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듯하다.

점점 사라지는 기억, 어려워지는 일상 속 장벽

 

하지만 그런 안정 속에서도 서서히 멀어지는 기억의 그림자가 있다. 아내는 이제 스마트폰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잊어가고 있다. "이거 어떻게 하는 거예요?"라는 말이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된다. 손끝의 감각과 기억의 연결고리가 점점 느슨해지고 있다.

아이폰은 특히나 어렵다. 직관적이기보다 복잡한 조작이 필요한 기기 앞에서 아내는 멈춰 선다. 카카오톡, 문자, SNS 등 익숙했던 기능들도 이젠 아득한 기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스스로 찾아 쓰는 일은 줄었고, 설령 도와줘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저 흘러가는 듯한 그 시선이 마음을 더욱 아리게 한다.

아내의 소통이 줄어드는 안타까움

아내의 상태를 모르는 지인들은 무심코 오해를 할 수도 있다. '왜 연락이 없지?', '무관심해진 걸까?' 그런 반응이 나에게는 작지 않은 무게로 다가온다. 그렇다고 하나하나 설명하는 것도 쉽지 않다. 매번 입으로 떠올리는 이 사소한 고백이 왠지 모르게 가슴을 저민다.

TV 리모컨도 마찬가지다. 요즘 기기들은 리모컨 하나로 수많은 기능을 다뤄야 하기에 오히려 사용이 더 어렵다. 아내는 그 리모컨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결국 나를 부른다. 그 장면이 반복될 때마다, 나는 기술의 발전이 항상 '편리함'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절감한다.

소수의 사람을 위한 단순함의 가치

우리는 기술의 진보를 환호하지만, 그 이면에 놓인 '배제된 누군가'를 떠올리는 일은 적다. 아내처럼 인지력이 저하된 이들, 혹은 나이 든 부모님처럼 기계에 낯선 이들에게 단순한 조작만으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기기는 절실하다.

복잡하지 않아도 좋다. 오히려 버튼 하나, 직관적인 그림 하나가 그들에게는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기회'가 된다. 그 작은 배려가, 누군가에게는 오늘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준다. 기술은 빠르게 달려가지만, 그 속도에 모두가 함께할 수 있도록 손을 내밀 수 있어야 한다.

FAQ

  • Q. 재가서비스란 무엇인가요?
    요양보호사나 돌봄 인력이 가정을 방문해 일상생활을 보조하는 서비스입니다. 정서적 안정과 신체 활동 보조에 큰 도움이 됩니다.
  • Q. 치매 어르신에게 스마트폰 사용이 정말 중요할까요?
    정보 전달보다는 정서적 소통의 매개로서 중요합니다. 사진을 보고, 메시지를 듣는 것만으로도 감정적 연결이 가능해집니다.
  • Q. 단순화된 기기는 어디서 찾을 수 있나요?
    실버폰, 보호자 연동형 앱 기기 등 다양한 고령자 맞춤형 기기가 온라인몰이나 복지센터를 통해 제공되고 있습니다.
✅ 요약

아내는 주간보호센터와 재가서비스 덕분에 감정적으로 많은 안정을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리모컨처럼 일상 속 작은 기술들이 큰 장벽이 되기도 합니다. 단순함이 배려가 되고, 배려는 곧 희망이 되는 사회.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방향입니다.

 

👉 치매 가족을 위한 돌봄 이야기 / 노인 친화 디지털 기기 추천

🔗 외부 자료 참고: 보건복지부 - 치매 국가책임제 안내 | 중앙치매센터 - 치매 정보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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